문 열기 세 시간 전의 빵집을 따라가는 글입니다. 사건도 대화도 없이 손의 동작과 냄새만으로 이어집니다. 이 사이트의 훈련용 지문입니다.
이 글에 대하여
자료실의 서사 지문 가운데 대화가 하나도 없는 유일한 글입니다. 대화가 절반 가까운 「시계를 고치는 사람」과 짝을 이루라고 이렇게 썼습니다.
두 글을 같은 목표 속도로 읽고 퀴즈 점수를 비교해 보세요. 어절 수가 비슷해도 체감 속도와 남는 양이 꽤 다릅니다.
읽기 데이터
아래 수치는 이 페이지에 실린 본문을 그대로 세어 계산한 값입니다.
| 글자 수 | 2,197자 | 어절 수 | 576어절 |
|---|---|---|---|
| 문단 수 | 14개 | 문장 수 | 68개 |
| 평균 문장 | 8.5어절 | 가장 긴 문장 | 18어절 |
| 대화 비율 | 문단의 0%가 따옴표로 시작합니다 | ||
| 읽기 속도 | 200 WPM | 300 WPM | 400 WPM | 500 WPM |
|---|---|---|---|---|
| 예상 시간 | 2분 53초 | 1분 55초 | 1분 26초 | 1분 9초 |
한국어 성인의 평균 읽기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WPM 기준표에서 다뤘습니다.
속독 훈련 관점에서
대화 0%, 평균 문장 8.5어절, 문단 14개입니다. 한 줄짜리 대사가 없어서 화면이 고르게 채워지고, 그만큼 눈이 쉴 곳이 없습니다.
대화가 많은 글은 어절 수에 비해 화면이 빨리 넘어가 측정 WPM이 실제 체감보다 높게 나옵니다. 이 글은 반대입니다. 같은 300WPM이라도 훨씬 빡빡하게 느껴질 겁니다. 자기 WPM을 말할 때 어떤 글로 쟀는지를 같이 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묘사가 이어지는 글은 한 문장을 놓쳐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어서, 읽었다는 느낌과 실제로 남은 것의 차이가 크게 벌어집니다. 퀴즈로 확인해 보세요. 책 읽기 모드로 문단을 보면서 읽는 편이 맞습니다.
추천 모드 — 책 읽기, 문단 훈련. 각 모드가 무엇을 훈련하는지는 읽기 가이드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로 훈련하기훈련 화면의 "저장된 글 불러오기"에서 새벽 네 시의 빵집 (긴 글)을 고르면 됩니다.
본문
새벽 네 시의 골목은 소리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낮에는 묻혀 들리지 않던 소리만 남는다. 멀리 큰길에서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 전봇대 위에서 전선이 바람에 우는 소리, 어딘가에서 셔터가 반쯤 올라갔다 멈추는 소리.
빵집의 불은 그 골목에서 가장 먼저 켜진다. 창문 아래쪽 절반이 김으로 뿌옇게 흐려 있고, 그 위로 형광등 빛이 새어 나와 젖은 아스팔트에 긴 네모를 만든다.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 빛은 아무도 읽지 않는 글자처럼 거기 놓여 있다.
안에서는 반죽이 자라고 있다. 전날 밤 열한 시에 밀가루와 물과 소금과 이스트를 섞어 두고 갔으니 다섯 시간이 지났다. 스테인리스 통 안의 반죽은 처음 넣었을 때보다 두 배 넘게 부풀어 표면이 팽팽하다.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면 자국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되돌아온다. 그 되돌아오는 속도가 오늘 빵의 성질을 미리 말해 준다. 너무 빨리 돌아오면 아직 덜 된 것이고, 아예 돌아오지 않으면 지나친 것이다.
작업대 위에 밀가루를 한 줌 뿌린다. 가루는 공중에서 한 번 흩어졌다가 나무 위에 얇게 내려앉는다. 통을 기울이면 반죽이 제 무게로 미끄러져 내려와 작업대에 퍼진다. 이때 손을 급하게 대면 안 된다. 반죽 안에는 다섯 시간 동안 만들어진 기포가 가득 들어 있고, 그것이 구워진 뒤 빵 속의 구멍이 된다. 구멍이 곧 식감이다.
저울이 없어도 손은 크기를 안다. 스크레이퍼로 한 덩어리를 잘라 올려 보면 대개 오차가 몇 그램 안이다. 잘린 면에서 반죽 속이 드러난다. 크고 작은 구멍이 불규칙하게 뚫려 있고, 그 사이로 실처럼 늘어난 가닥이 보인다.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을 만나 서로 이어진 그물이다. 반죽이 늘어나고도 찢어지지 않는 것은 이 그물 때문이다.
밀가루 포대 옆에는 온도계가 붙어 있다. 같은 밀가루, 같은 물, 같은 시간을 써도 계절마다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반죽이 빨리 자라 다섯 시간이면 지나쳐 버리고, 겨울에는 같은 다섯 시간에 절반도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물의 온도를 바꾼다. 더운 날에는 찬물을, 추운 날에는 미지근한 물을 쓴다. 눈에 보이는 재료는 넷이지만 실제로 조절하는 것은 온도와 시간이다.
이스트는 살아 있는 것이다. 밀가루 속의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 그 기체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반죽 안에 갇히면서 부피가 커진다. 부풀어 오른다는 말은 무언가가 들어찬다는 뜻이 아니라, 안에서 만들어진 기체가 나갈 곳을 찾지 못했다는 뜻이다. 굽는 동안 그 기체는 열을 받아 한 번 더 팽창하고, 그 상태에서 반죽이 굳는다. 빵 속의 구멍은 그렇게 남은 자리다.
둥글리기를 한다. 손바닥 가장자리로 반죽을 굴려 표면을 한 방향으로 당기면, 겉면이 매끈해지면서 속의 공기가 가운데로 모인다. 열 개를 하는 동안 동작은 조금씩 짧아진다. 첫 번째와 열 번째는 같은 모양이지만 걸린 시간은 다르다.
오븐은 이미 예열이 끝나 있다. 문을 열면 뜨거운 공기가 얼굴로 밀려 나오고, 그 순간 안경에 김이 서린다. 잠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팬을 밀어 넣고 문을 닫고, 김이 걷힐 때까지 그 앞에 서 있는다. 이 몇 초 동안은 할 일이 없다. 하루 중 유일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다.
굽는 동안 냄새가 순서대로 바뀐다. 처음에는 젖은 밀가루 냄새, 그다음에는 고소한 냄새, 마지막에 껍질이 타기 직전의 조금 쓴 냄새. 이 세 번째 냄새가 올라오면 꺼낼 때다. 시계보다 코가 정확하다. 같은 온도라도 그날의 습도에 따라 몇 분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꺼낸 빵은 식힘망 위에서 소리를 낸다. 껍질이 수축하면서 잘게 갈라지는 소리다. 아주 작아서 가까이 귀를 대야 들린다. 이 소리가 나는 동안에는 자르지 않는다. 속의 수분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이라 지금 자르면 단면이 눌린다.
여섯 시가 되면 창밖이 달라진다. 하늘이 먼저 밝아지고, 골목의 윤곽이 하나씩 돌아온다. 전봇대, 맞은편 세탁소의 간판, 길가에 세워 둔 자전거. 밤 동안 형광등 빛이 만들던 네모는 점점 흐려지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다.
일곱 시에 첫 손님이 온다. 그때까지 빵은 충분히 식어 있고, 껍질은 손가락으로 두드리면 단단한 소리가 난다.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찬 공기에 따뜻한 냄새가 밀려 나간다. 그 냄새는 골목을 따라 한참을 간다.
빵집의 하루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전날 밤 열한 시에 이미 시작돼 있었다.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의 길이가 다른 직업이 있다. 이 일이 그렇다.
이해도 퀴즈 6문항
본문을 다 읽은 뒤에 풀어 보세요. 모든 문항은 위 본문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만 냈습니다.
-
반죽을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자국이 되돌아오는 속도로 알 수 있는 것은?
- 오븐의 온도
- 그날 빵의 성질(덜 됐는지 지나쳤는지)
- 밀가루의 산지
- 손님의 수
정답 보기
1번 문항의 정답은 2번 — 그날 빵의 성질(덜 됐는지 지나쳤는지)입니다.
-
반죽에 손을 급하게 대면 안 되는 이유는?
- 반죽이 뜨거워서
- 다섯 시간 동안 생긴 기포가 빵 속 구멍이 되기 때문에
- 밀가루가 날려서
- 저울이 흔들려서
정답 보기
2번 문항의 정답은 2번 — 다섯 시간 동안 생긴 기포가 빵 속 구멍이 되기 때문에입니다.
-
반죽이 늘어나고도 찢어지지 않는 이유로 설명된 것은?
- 소금이 많이 들어가서
-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을 만나 만든 그물 때문에
- 이스트가 굳어서
- 오래 두어 딱딱해져서
정답 보기
3번 문항의 정답은 2번 —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을 만나 만든 그물 때문에입니다.
-
빵을 꺼낼 때를 아는 기준으로 나온 것은?
- 타이머가 울릴 때
- 껍질이 타기 직전의 조금 쓴 냄새가 올라올 때
- 오븐 불이 꺼질 때
- 손님이 올 때
정답 보기
4번 문항의 정답은 2번 — 껍질이 타기 직전의 조금 쓴 냄새가 올라올 때입니다.
-
식힘망 위에서 소리가 나는 동안 빵을 자르지 않는 이유는?
- 너무 뜨거워서
- 속의 수분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이라 단면이 눌리기 때문에
- 소리가 시끄러워서
- 껍질이 붙어 있어서
정답 보기
5번 문항의 정답은 2번 — 속의 수분이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이라 단면이 눌리기 때문에입니다.
-
글의 마지막에서 말한 이 직업의 특징은?
- 손님이 많다는 것
-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의 길이가 다르다는 것
- 새벽에만 일한다는 것
- 도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
정답 보기
6번 문항의 정답은 2번 — 보이는 일과 보이지 않는 일의 길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